美 '아마존稅' 논란…한국에도 '기술稅 바람' 불까

입력 2019-10-16 18:25   수정 2019-10-17 01:00

이마트는 최근 3년간 4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법인세로 4553억원을 냈다. 매출의 1% 정도였다. 같은 기간 쿠팡의 매출은 약 9조원. 법인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원칙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냈다.

미국에선 요즘 이런 식으로 세금을 걷는 원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앤드루 양이 논란을 촉발했다. 그는 쿠팡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을 겨냥했다. “수백조원의 매출을 거두는 아마존이 동네 가게보다 세금을 안 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창업 8년 만인 2002년에야 흑자를 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익 규모가 작고 과거 기록한 적자를 이익에서 제외한 뒤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냈다. 사실상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앤드루 양은 아마존 같은 ‘기술기업’에 ‘기술세’를 내게 하자고 주장한다. 과거 자원이 석유였다면 앞으로의 자원은 데이터기 때문에 자원을 보유한 아마존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다. 아마존은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클라우드컴퓨팅, 미디어, 오프라인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아무리 많이 쌓아도 세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마존 등으로부터 기술세를 걷어 성인 한 명당 월 1000달러(약 120만원)를 주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미국에서는 이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그가 당선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도 줄줄이 지지 선언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에서 소비자 데이터는 급성장하는 쿠팡에 쌓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음식배달 쿠팡이츠, 간편결제 쿠페이 등이다. 쿠팡은 이익을 내는 데 관심이 없다. 데이터를 쌓고, 영토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적자는 투자를 받아 메운다. 당분간 세금 낼 일도 없다.

쿠팡 서비스는 빠르고, 편리하고, 간편했다. 막대한 적자조차 합리화됐다. 적자를 낸 만큼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갔다는 논리는 달콤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라진 것이 있다. 세금과 과거 일자리다. 동네 가게와 슈퍼마켓은 문을 닫고, 이들이 냈던 세금은 0원이 됐다.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사도 매장 문을 하나씩 닫고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이들이 고용했던 사람들은 쿠팡 창고에서 일한다.

앤드루 양은 말한다.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 순 없다.” 맞는 얘기다. 쿠팡 같은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다만 이 시점에 한국 사회엔 쿠팡에 해야 하는 질문이 생겼다. ‘쿠팡은 그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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